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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세상 모든 영사기가 멈춘다해도

triangleofsadness 2025. 1. 16. 17:57

좋아한다는 마음은 단순하지만 큰 힘을 지닙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좋아하니까' 라는 말로 퉁치고 달려들곤 하죠. 진심을 이길 수 있는 건 세상에 몇 존재하지 않기에 이는 꽤나 바보 같아도 설득력 있는 답변이 되기도 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하는 일은 원동력을 잃을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흔히 바보 같은 일도 좋아하니까! 라는 이유로 저질러버리곤 하죠.

썸머 필름을 타고!
“이번 여름엔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쓸게” 시대극 찐팬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영화도, 꿈도, 사랑도 Ready Action!올 여름 최고의 청춘+로맨스x시대극÷SF 걸작이 온다!
평점
7.8 (2022.07.20 개봉)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출연
이토 마리카, 카네코 다이치, 카와이 유미, 이노리 키라라, 이타바시 슌야, 코히나타 세이이치, 이케다 에이키치, 시노다 료, 코다 마히루, 유타로, 시노하라 유신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는 이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사건을 진행하는 영화입니다. 사무라이 영화를 사랑하는 맨발은 그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우연히 만난 자신의 시나리오 속 주연 이노타로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린타로 덕에 자신의 영화 ‘무사의 청춘’을 촬영할 의지를 다지게 되고 촬영진들을 모아 자신의 여름을 바치기로 합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맨발이 촬영하기 위해 모은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이번 여름엔 너희들의 청춘을 좀 빌릴게” 라는 말은 좋아하는 것에 자신을 오로지 바칠 준비가 되었기에 할 수 있는 선언입니다.

이 영화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한 오마주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트레일러에서 사무라이 영화를 보는 맨발 옆에서 킥보드가 읽고 있는 책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 고, 미래 타임머신이라고 보여주는 장치도 달걀형의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장치와 유사하죠. 마지막으로 린타로가 미래에서 오는 이유도 맨발의 데뷔작인 '무사의 청춘'을 보기 위해서라면, 시간을 달리는 소녀 애니메이션 또한 미래에는 볼 수 없는 미술품을 보기 위해 남자 주인공이 미래에서 현재 (또는 과거)로 넘어옵니다.

장르가 다를 뿐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은 카린과 맨발의 대비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동료 영화인이기에 서로가 필요할 때 기꺼이 도와주는 이 강호의 의리. 이 자체야 말로 사무라이. 무사도 정신 아니냐고.

개인적으로 킥보드와 맨발의 관계도 영화 감상 포인트였습니다. 감독은 퀴어적으로 지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영화 속에서 킥보드는 내내 맨발을 관찰하고 카메라 너머로 지켜봅니다. 그렇기에 맨발의 마음을 그 마음의 주인보다 먼저 알아채는 표정 연기는 조금 슬프기도 하죠.

아쉽게도 저는 린타로의 세계에서 영화는 결국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최선을 다해 막겠다는 린타로의 의지는 인정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영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맨발의 슬럼프 극복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이죠. 없어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내가 좋아하는 단 한가지를 위해 다시금 일어나는 태도.

내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바로 나 자신 덕이라는 이야기를 린타로는 평생 그 마음을 갖고 살아가겠지.
맨발은 린타로가 떠난 이후에도 라스트 신에서 그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영화를 만들겠지.
나중에 린타로를 좋아했던 마음이 희석 된다고 해도, 영화를 사랑했기에, 자신의 영화를 사랑하기에 과거까지 온 한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영화를 만들겠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린타로와의 라스트신을 이성애적 고백 느낌 한정 시켰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 속에서 맨발의 그 결연한 눈빛을 잊을 수 없기에 앞으로 영화 감독으로서의 그를 응원하겠죠.

'영화'의 운명을 알면서도 대본을 계속 고치는 이유.
좋아하는 걸 숨기고 무술 연습을 시키는 이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 옆에 남아있는 이유.
맨발, 킥보드, 블루하와이 너희들의 청춘을 좋아해.

<무사의 청춘>
감독 맨발
촬영감독 킥보드
무슬감독 블루 하와이
녹음감독 코마다 & 마스야마
조명감독 오구리
이노타로 役 린타로
네노스케役 대디보이

언젠가 세상 모든 영사기가 멈추고, 영화가 글자로만 남는 때가 온대도 너희들의 슛은 멈추지 않길.
그 시절을 담아낸 너희들의 시간은 계속 돌아가길.

너희들의 청춘을 빌려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