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들 말한다. 인생은 B 와 D 사이의 C다.
What if… 라는 상상은 인간의 잠재력을 발달 시키는 도구이자 인류 발달의 무기였다. 그런 What if 들이 사실 지금의 우리와 연결 되어 있다면? 그리고 내가 다른 세상 속 그들의 능력을 빌려 올 수 있다면?
'또 다른 세계 속 또 다른 나는 어떤 모습일까?‘ 는 호기심은 사람들이 멀티버스에 흥미를 갖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 번은 그런 생각을 다들 해보지 않았는가. 나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있다면? 나는 그가 될 수 있을까? 또는 나를 그와 바꿔치기 할 수 있을까. 이에 답하는 영화가 바로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였다.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하 에에올> 은이미 국내 수입 전부터 북미에서 '역시 A24'라는 호평과 함께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다. 2022년 제 27회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있었던 야외 상영은 예매 때부터 그 인기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야외 상영 이후 쏟아진 반응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기대감이 크면 실망할 수도 있었는데, 에에올은 기대감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였다. 단연코 2022년을 대표하는 영화.
영화는 초반부 에블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 모습을 만족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평행 세계를 엿보고 온 에블린은 남편 웨이먼드에게 전한다.
당신이 없는 내 미래가
얼마나 근사했는지 말해줘야해
영화 속에서 에블린은 웨이먼드를 따라가지 않은 자신의 여러 미래 중 하나 속에서 근사함과 '아쉬움'을 느낀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고 뒤에 놓고 온 'if'에 대해 사람은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상상은 실재보다 아름다우며 그 속에서 나는 현재의 모습보다 더 근사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진짜로 국세청에 시달리고, 진상만 가득한 세탁방을 운영하며 치매 걸린 아버지와 레즈비언 딸을 상대하는.. 지금 내 모습보다 근사하잖아!
가장 실패한 에블린이기에 멀티 버스 속 다른 에블린은 자꾸 그녀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그녀를 현재로 돌이킨 건 딸 조이.

가장 실패한 에블린을 가장 강한 존재로 만든 딸 조이. 모녀 관계의 당사자로서 딸과 엄마의 관계야 말로 '삼라만상' 그 자체 아닐까. 가장 밉지만 그래서 가장 인정받고 이해하고 싶은 관계.
에블린-조이/조부 투바키
조부 투바키가 자신을 이해할 단 한 사람, 엄마, 에블린을 찾기 위해 온 우주를 돌아다닌다. 자신을 이해 받는데 실패했다고 느끼고 선택을 하지만 그런 선택을 막는 것 또한 엄마 그리고 가족들. 사실 엄마는 내가 모르는,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알기에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래도 같이 있고.

영화 속에서 그 누구보다 고집불통에 절대악으로 등장한 조부 투바키가 에블린과 멀티버스를 겪을 수록, 자신을 이야기할 수록, 마침내. 베이글 앞에서 슬픈 표정을 지을 때는 이를 모녀 관계로 바라보니 딸로서 어느 순간 조부 투바키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 영화 속에서 디아스포라를, 가족관계를, 로맨스를, 그리고 SF까지 경험할 수 있었기에, 골 때리지만 그 이유로 사랑할 수 밖에 작품.

조부 투바키를, 나의 적을, 그리고 무너져 내린 스스로를 일으킨건 바로 친절함.
친절함은 무기다.
시간이 지나서 나에게 돌아온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이기적인 이유로라도 친절하자.
삶은 내 한 몸 건사하기에도 힘든 과정이니까. 그 과정을 우리 모두 동일하게 겪고 있으니까. 스스로 내가 불쌍하다고 여긴다면, 남도 동일한 고난을 겪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손이 핫도그인 세상에서도 사랑은 통한다.
“다정한 것들이 살아 남는다” 를 가장 다정하게 이야기 하는 영화.
가장 많이 실패한 에블린이기에 그 모든 에블린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점은 실패에 좌절하는 우리에게 도 힘을 주기에.

우리는 사랑할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온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친절하자.
사랑하자.
지금 여기서. (from. 세븐틴 버논)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