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입니다.
9월만 오면 생각 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영화 <로봇드림> 도 9월에 재개봉을 한다고 하니 그 의미가 배로 느껴지네요.
올해 상반기에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두 편이나 만났습니다. 바로 <로봇 드림> 과 <패스트 라이브즈>입니다. 두 편을 보고 나서 ‘사람을 놓아주다’라는 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지요.


이래놓고 굳이 이전 페이지로 돌아 가서 못 볼 꼴을 보인 것도 참 머쓱하고 종종 그 순간이 너무 후회스럽다는 생각도 불현듯 튀어 나오지만 여전히 한 가지 마음은 확실합니다. 후회도 미련이지요, 나아가려면 지나간 모든 순간에 후회는 없어야합니다.
놓아주다는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이해와 감정은 여전히 다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에 후회는 없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건.. 정말로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요.
10대 초반, 20대 초반 그리고 지금 30대의 시작에서 보는 <내 이름은 김삼순> 은 그 감상이 매번 달라지네요. 이제는 삼순이의 나이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저 대사는 여전히 마음을 찌릅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 땐 실현하기 어려운 방법까지 매달리고 싶어 집니다. 가령 시간을 돌린다던지, 아예 존재를 잊고 싶다던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게 심장이 딱딱해지고 싶은 것과 같은 것들이죠. 그러면서도 왜 우리는 여전히 관계를 맺고 싶어 하고 그 속에서 재차 상처받고 그럼에도 또 기대하게 되는 걸까요?
그런 존재로 프로그램되었다는 거… 정말 삶은 시작부터 형벌의 텍스트인 것이다…
타인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거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여전히 나는 기대고 의지하고 싶어 지는데 그렇지 않아도 혼자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어야 가능해질까요.
최근에 누군가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너무 싫어하는데 진짜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는게 더 싫다” 라는 말을 하며 웃었는데요, 여전히… 저 말은 너무 싫네요.
이 모든 고통이 나에게 달려 있다는 걸 누가 모르나요.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건 시간이 흐른 뒤의 내가 전보다는 의연하게 서있을 수 있다는 말이란 걸요. 다만 그걸 고통의 제공자가 왜 자기를 못 놓고 있냐느니.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느니하는 말을 듣는 건 괴로움의 가중이죠.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이… 내가 선택했다는게 그래서 내가 만든 결과라는걸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자꾸 뒤를 돌아보나봐요.
헉! 이거 에에올이다.
나의 에블린
난 당신을 알아
늘 뭔가 이룰 기회를 놓쳤을까
전전긍긍하지
이 말을 해주러 온 거야
그 모든 거절과 그 모든 실망이
당신을 여기로 이끌었어
이 순간으로
그것만은 잊으면 안 돼
국세청에서 알파 웨이먼드의 대사
영화 <로봇드림> 재개봉 소식을 듣고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처음 봤었을 때의 그 감정을 다시 느껴 보고 싶네요.
<로봇드림> 은 기회가 될 때 감상을 추천드립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도 여전히 관계에 대해 생각하기에 좋은 영화고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는 아직도 안 본 사람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네요.
두 편 다 잘 보고 ‘놓아주다’ 에 대해 그렇게 다 통달한 척 떠들어 놓은 다음 실천에서 살짝 삐걱대는 바람에 공신력이 좀 떨어지는 것 같지만 (머쓱…)
영화의 발명 이후 우리는 세 배의 시간을 살게 되었다는 말처럼, 관계의 끝에 대해 성숙하지만 그 속에서 당연스레 따라오는 눈물까지 담아내는, 말 그대로 인생을 담아낸 영화이기에 오늘도 일독(독은 아니지만..) 을 권합니다.
